전고체까지…중국 배터리 ‘파죽지세’에 삼성SDI 최주선 “등골 오싹, 밤잠 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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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최근 전기세단 ‘실’에 전고체 배터리를 얹어 테스트를 시작했다.
테스트 결과, 1회 충전으로 1875㎞를 주행할 수 있으며 12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BYD가 2027년부터 실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며 2030년부터 대량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이자 최근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 화웨이도 얼마 전 황화물 기반 전고체 배터리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화웨이는 이 전고체 배터리가 ‘5분 충전으로 최대 3000㎞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꿈의 충전시간과 주행거리다.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상용화까지는 아직 비용과 부작용 등 측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든든한 보조금과 풍부한 연구·개발(R&D) 인력 등을 기반으로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배터리의 기술 발전 속도로 미뤄,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한국·일본 등을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0년 400억달러(약 5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힘쓰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2023년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고, 3사 중 가장 빠른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시험생산용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30년부터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SK온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SK온은 고분자 산화물 복합계 고체 배터리, 황화물계 고체 배터리 등 2가지 유형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데 각각 2028년과 2030년 상용화가 목표다.
이처럼 중국의 추격에 맞서 가야 할 길은 먼데,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전동화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지원 법안이 좀처럼 진척이 없는 상태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이날 경기 용인 기흥 본사에서 열린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요즘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며 “우리가 맞닥뜨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여러분이 상상하고 기대하는 가슴 벅찬 미래를 만들어나가도록 제가 먼저 앞장서고 노력하겠다. 책임지겠다”며 구성원들을 독려했다.
스스로 ‘레이디 버드’라는 예명을 붙이고, 어머니와 말싸움을 하다 달리는 차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막무가내 10대 소녀. 영화 <레이디 버드>의 주인공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입니다. 크리스틴, 아니 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재미가 없거든요.
“캘리포니아의 쾌락주의를 논하는 자는 새크라멘토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봐야 한다.” 영화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출신 소설가 존 디디온이 남긴 말로 시작됩니다. 새크라멘토는 쾌락과는 거리가 먼 심심한 동네라는 뜻이겠죠. 이곳이 바로 레이디 버드가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레이디 버드는 새크라멘토를 떠나 미국 동부의 도시, 특히 뉴욕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어머니는 그에게 “주제를 알라”며 “주립대 등록금을 대기도 벅차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지 않는 어머니가 마냥 밉습니다. 정신병원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의 고단함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넌 네가 주인공이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관심종자야.” 잠시 사이가 틀어진 레이디 버드의 친구는 그에게 이같이 말합니다. 맞아요. 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주인공인 ‘나’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너’를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가장 가깝게 지낸 친구마저 속상하게 하면서요. 같이 사는 가족에게도 상처를 줍니다. 일자리를 잃고 몇 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도, 버클리 대학 졸업 후 마트 점원으로 일하며 구직 활동 중인 오빠도 레이디 버드에겐 그저 ‘조연’일 뿐입니다.
레이디 버드는 조롱받거나 평가절하를 당하면서도 뉴욕 소재 대학에 가겠다는 꿈을 접지 않습니다. 뉴욕행뿐인가요. 사랑도 포기하지 않아요. 함께 보낸 달콤한 시간이 쓰디쓴 상처로 돌아와도, 그는 다시 씩씩하게 새로운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봅니다.
어느 날 레이디 버드는 어머니와 옷 쇼핑을 가는데요. “예쁘다”고 해주지 않고 “너무 핑크 아니냐”며 건조한 반응을 보이는 어머니에게 서운함을 느낍니다. 그가 “난 그냥 엄마가 날 좋아해주면 좋겠어”라고 하자, 어머니는 “널 사랑하는 거 알잖아”라고 답합니다. 표현이 서툰 어머니가 마냥 미운 10대 사춘기 소녀의 마음도, 사랑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모두 알 것 같다면 어른이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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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는 마침내 뉴욕으로 향합니다. 어머니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어머니가 직접 보낸 건 아니고요, 아버지가 몰래 전달을 한 겁니다. 어머니는 철자나 문법이 틀려서 딸이 자신을 흉볼까봐 편지를 못 보내겠다고 했대요. 편지에는 어떤 말이 담겨 있을까요? 눈물이 날 수 있으니, 손수건과 함께 봐야 하는 장면입니다.
레이디 버드는 가족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깁니다. “나예요, 크리스틴”이라고 말해요. 예명이 아니라 본명 크리스틴으로 스스로를 칭하게 된 것이죠. 레이디 버드, 아니 크리스틴은 “두 분이 참 좋은 이름을 지어준 거 같아요”라고 합니다.
스스로 레이디 버드라 이름 붙인 크리스틴은 어떻게 다시 ‘크리스틴’으로 돌아왔을까요. 그 여정이 궁금하다면,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습니다. <프란시스 하>, <작은 아씨들>, <바비> 등의 영화로 알려진 그레타 거윅이 처음으로 단독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러닝타임 94분.
▼ 신주영 기자 jy@khan.kr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구속기간이 연장됐다.
내란 특별검사팀(특검)은 3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이 군검찰이 청구한 여인형·문상호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들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영장을 발부했다.
두 피고인은 올해 초 구속기소 돼 1심 재판 구속 기간인 6개월이 내달 초 만료될 예정이었다. 군검찰은 내란 특검과 협의를 거쳐 이들에 대해 지난 23일 위증죄와 군사기밀 누설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이를 토대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 전 사령관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투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요원 선발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보사 소속 요원의 인적 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적용됐다.
내란 특검 박지영 특별검사보(특검보)는 이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27일 추가 기소한 노 전 사령관에 대해서도 “변론 병합과 함께 구속영장 발부 필요성에 대해 재차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내란 특검은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추가 기소하며 구속 만기 약 3일을 앞두고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주요 내란 가담자들이 잇따라 풀려나 말을 맞추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특검 수사에 지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신병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란 특검은 지난 2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수공무집행방해, 형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여인형·문상호 전 사령관과 비슷한 시기 기소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구속 만료 기간이 다가와 군검찰이 조건부 보석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지난 25일 석방 절차가 진행됐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최근 영화 유튜버 라이너는 윤석열·김건희를 모델로 한 오컬트 영화 <신명>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를 남기며, <신명>처럼 현실의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를 그저 현실과 분리해 영화로만 보라는 것이 난센스임을 지적했다. 동의한다. 그리고 그것이 미신을 동반한 오컬트 장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라이너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비판했듯, 이태원 압사 사고 같은 고통스러운 참사의 기억을 주술에 의한 것으로 묘사하는 재현은 뜨악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해악을 설명하기 위해 그들이 미신을 믿는 어리석고 욕심 많은 인간들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그들의 사악한 주술이 실제로 통했다고 말하는 건 전혀 다른 범주다. 후자를 진지하게 주장하거나 혹은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호의적 관람평 중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현실이 오컬트 문법으로 재구성되는 게 아니라, 오컬트가 현실로 재구성된다. 미신을 믿는 위정자를 비판하려다 미신의 효험을 긍정하게 되는 역설. 그러니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 없다. 오컬트 장르를 그저 장르로만 즐기기 위해선 그런 미신이 현실을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 가령 지난 5월 한 무속인이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며 조카에게 숯불 열기를 가해 살해한 사건 같은 게 아예 벌어지지 않거나, 최소한 이런 미신에 대한 의존이 헛짓거리이자 타인과 스스로를 망치는 길이라는 것이 사회적 상식으로 단단히 합의되어야 그 믿음 위에서 주술적 가상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다.
최근 <신명>의 흥행과 작품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보며 역시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컬트 장르물인 네이버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가 떠오른 건 그래서다. 온갖 술법과 영적 존재가 신화적 규모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만화는 <신명>과 비교도 안 될 만큼 허무맹랑할지 모르지만, 이 매혹적 세계관과 서사는 삿된 재주로 흔들 수 없는 인간의 의지와 선택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선팔도 최고의 무당 서연화의 외손녀로서 재능과 가르침을 물려받은 주인공 도미래가 여러 인연을 만나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이야기 흐름에서, 온갖 악귀와 사술이 개입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그의 운명을 변화시키는 건 술법의 우위가 아닌 선에 대한 믿음이다. 그와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이몽란과의 대결에서 그들은 우인술, 육비저주령, 손각시 등 다양한 술법을 주고받지만, 그 승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하찮지만 선한 터주신이 만들어낸다. 신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개조된 귀신의 집에서 원래 그곳의 터주신이던 두꺼비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한 미래는 “미약하기 때문에 절대 사라질 수 없는 한 조각의 선함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라며 “미약한 선함이 지켜온 이 한 뼘의 작은 터”에서 자신의 신력을 펼친다. 터와 터주 같은 개념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도 탁월하지만, 만약 눈에 보이지 않는 초월적 세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마나니 차크라니 하는 게 아닌 우리 본성의 선함을 따르는 순리에 있다는 관점이야말로 <미래의 골동품 가게>의 세계관을 더없이 탄탄하게 지탱한다.
멋진 가상으로 매혹하되, 미신으로 현실을 현혹하지 않는 것. 아마 잘 만든, 그리고 좋은 오컬트 장르물이란 그런 것이리라. 매 회차마다 때론 작품보다 더 긴 분량의 각주를 달 정도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화와 설화, 괴담을 전유해 세계관을 구성하면서도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현실에서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 우리가 현실을 감내하기 어려울수록 미신에 빠져들기 쉽지만, 그 미신의 영험함이 순리의 편린에 불과하다면 그에 집착할 이유란 없다. 앞서의 이몽란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미래는 죽을 날까지 받아놓을 정도로 크게 살(煞)을 맞은 젊은 여성을 말 그대로 살려내지만, 그 여성이 정말로 구원을 받는 건 그 다음이다. 살을 맞기 전에도 이미 불운으로 압사하기 직전이던 그는, 미래의 도움으로 살아난 뒤 생각한다. ‘나도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 이 의지는 그의 운명까지 바꾼다. 미래가 보기에 살을 맞기 전에도 이미 “세상에서 쫓겨나고 스스로에게 쫓겨나 숨고자 해도 숨을 곳 하나 없는 그런 상”이었지만 세상과 연결되고자 하는 강렬한 기운만으로도 형국이 변하고 운명이 변한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이몽란의 가르침에 현혹되어 인신공양을 하고 값싼 소원을 충족하는 무리는 스스로 ‘우리는 다음 세상의 모습을 아는 이들’이라 자부하지만, 그저 싸구려 미신에 미혹되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오물통에 빠뜨린 아둔한 존재에 불과하다. 세상에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신묘한 세계와 존재가 있을 수 있지만, 자신과 남의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도리만큼 신묘하진 않다. 미래를 정녕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무격(巫覡)으로서의 천부적 재능이 아니라, 이름도 모르는 이를 도와준 것에 대해 “그냥 이름 모를 누군가를 도와준 거예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요”라 말하는 마음에 있다. 또한 이것이 현대 배경 오컬트 만화로서의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애초에 <신명>이 오컬트 영화로 기획되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의문과 별개로 현실 비판적인 오컬트 영화를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면 고민했어야 할 윤리적 전망이 이 작품에 선취되어 있다.
라이너는 <신명>에서 대통령의 계엄 성공 여부가 일본 주술사 대 한국 무당의 술법 대결로 결정된 것에 대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노력을 무시한 것이라 온당하게 비판했지만, 오컬트적 문법 안에서 주술 대결은 당연히 서사의 하이라이트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신명>이 윤석열·김건희의 미신에 대한 추문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에만 치중하느라 주술의 사악함만을 부각하고 그에 대항할 선과 정의에 대한 전망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그에 반해 <미래의 골동품 가게>에서 서연화가 자신의 아치에너미이자 한때 당대 최고의 무당으로 군림하던 이매신의 악령과 싸우며 날린 일갈은 통쾌하다 못해 서늘하다. “사람의 생로병사와 환혼동각을 내다볼 줄 안다 하여 그것이 대단한 재주 같더냐? (중략) 자신이 가진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며 스스로에게 한순간도 머물지 못하고, 안마당에 갇힌 미친 개처럼 밖을 향해 짖어대다 제 성을 못 이겨 죽어자빠진 것 말곤, 네가 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 악의 교활함이란 실로 우둔하며 필연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연화의 믿음과 <미래의 골동품 가게>의 세계관은 치열한 주술 대결 바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더 큰 싸움에서 선량한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낼 승리를 전망하고 예지한다. 최근 에피소드에서 젊은 시절의 연화는 독립군 신상욱을 만나 3.1 만세 운동을 부질없는 짓이라 폄훼하던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도 하지만, 세상을 바꿀 가장 신묘하고도 강대한 힘은 바로 인간다움의 순리에 있으므로, 광장은 승리한다. 주술 한일전으로 묘사되고 허무하게 끝난 <신명>의 하이라이트와 비교해 얼마나 매력적인 전망인가.
악은 그 어떤 현란한 개념과 사기로 덧칠해도 애초에 어리석고 자기 파괴적이며, 선은 당장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순간에조차 실은 가장 현명하고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무속과 괴력난신에 대한 자극적 소재주의에 빠지는 대신, 그 소재들의 원류인 신화와 설화와 종교에 깔린 상생의 이치를 동시대적 윤리의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초자연적 세계를 구현한다. 이러한 접근과 전체적 완성도에서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역시 오컬트 수작이자 비슷한 미덕을 지닌 <파묘>보다 더 멀리 나아갔으며, 여전히 미신에 대한 어리석은 믿음이 적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무속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가 고민해야 할 윤리에 대한 순도 높은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그러니 <신명>이든 어떤 작품이든, 지금 이곳의 한국 사회에서의 오컬트를 만들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위근우 칼럼니스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지난 26일 고리 1호기 해체를 승인한 데 대해 환경단체들이 “핵폐기물 관리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1호기와 시설을 공유하는 2호기 역시 폐쇄하라”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원전 해체 승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이라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방안이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에서 원래의 부지가 핵폐기물 저장고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에 관한 후보지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당분간 원전 부지 내에서 임시로 (폐기물을) 보관할 수밖에 없어 주민들이 핵 위험과 오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지난 3월 제정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2050년까지 중간 저장 시설, 2060년까지 영구 처분장을 설립할 것을 계획했지만 구체적 기준 등이 법에 포함되지 않아 후보지 선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미 50년 가까이 방사능 피폭으로 고통받은 주민들의 안전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리 1호기와 해수처리설비, 터빈, 배관 등 주요 설비를 공유하고 있는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1호기만 해체를 승인한 것은 반쪽짜리 결정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탈핵시민행동은 “고리 1·2호기는 주요 설비를 공유하는 만큼 해체와 수명 연장 여부는 통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2호기의 수명 연장 절차를 중단하고 1호기와 2호기를 동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호기 해체가 2호기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1호기 해체와 2호기 수명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며 “고리 2호기 즉각 폐쇄가 가장 확실하고 책임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고리 1호기는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로 1978년 운전을 시작했다. 당초 2007년까지 운영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수명을 연장해 2008년 재가동을 시작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전후로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이어지면서 2017년 6월18일 영구적으로 가동이 정지됐다. 이번 승인 해체 결정은 영구 정지 8년 만에 나왔다.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고 환경을 복원하는 해체 작업에는 1조718억원의 비용, 1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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