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폭격기’ 고지우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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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곳에서 데뷔 첫 우승을 거둘 당시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서기를 하는 중에 우승했다”며 울먹였던 그는 이날은 부모, 투어 동료인 동생 고지원의 축하를 받으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고지우는 29일 강원 평창군 버치힐CC(파72·6429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 모나 용평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치고 합계 23언더파 193타를 기록, 이날만 10타를 줄인 2024년 신인왕 유현조(21언더파 195타)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첫날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타를 줄이고 5명 공동선두로 출발한 고지우는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10언더파를 몰아치고 3타 차 단독선두로 나선 끝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뒀다. 23언더파 193타는 2018년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조정민이 우승할 당시 기록한 54홀 최소타와 타이다.
고지우는 정규투어 2년 차이던 2023년 첫 우승을 거둔 맥콜 모나 용평오픈에서 2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7월) 이후 1년 만에 통산 3승째를 수확했다. 올 시즌 13개 대회, 8번째 톱10을 우승으로 장식한 고지우는 상금 1억8000만원을 더해 시즌 상금 4위(5억478만원)로 7계단 뛰었고 대상 부문에서도 4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까지 총버디 수(183개), 라운드 평균 버디(4.4634개), 버디율(24.7967%)에서 모두 선두를 지키고 있는 고지우는 “언제나 꿈꾸던 우승을 이뤄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 제가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고지우는 “과거 두 번 우승은 샷이 안 되는 가운데서도 악으로 깡으로 한 우승이라서 오히려 그 뒤에 더 안 풀렸었다”며 “이번엔 전지훈련 이후 내 골프가 더 단단해졌고 실수도 줄어 편하게 치면서 우승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목표를 다승왕이라고 밝힌 그는 “이미 3승을 한 선수(이예원)가 있는데, 그러려면 체력을 안배하고 더 집중해야겠다”며 “다음주 롯데 오픈도 우승하고 싶고, 하이원에서 타이틀 방어도 하고 싶다. 쉬운 코스에서만 잘한다는 평가를 봤는데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동생 고지원은 공동 11위(13언더파 203타)로 올 시즌 두 번째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나희덕의 시에서 자연은 한 번도 단순한 풍경이나 고정된 사물이었던 적이 없다. 그보다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인간과 감응하는 대상에 가깝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발표된 <가능주의자>(문학동네, 2021)가 세계의 가장 낮은 곳에서 들리는 자연의 웅성거림에 귀 기울였다면, 열 번째 시집 <시와 물질>(문학동네, 2025)에 이르러 시는 하나의 물질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시란 과연 어떤 물질일까.
시가 자연을 그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언어로 붙잡아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시집에서 자연이 명확하게 인지되거나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판단을 멈추고 감각에 집중해본다면 어떨까. 소리, 버섯, 장미, 유리, 산호초 같은 비인간 존재들은 이 시집에서 단지 묘사의 대상이 아니라 감응하는 주체들이다. 이 시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중 하나인 ‘세계 끝의 버섯’에서는 버섯이 여러 생명이 소멸한 이후에도 살아남는 생명으로 그려지고, 숲속의 균사체는 존재와 존재가 뒤엉긴 그물망으로 묘사된다. “바위와 이끼와 뿌리와 균사가 그물처럼 얽혀 있는 숲”에서 흰개미, 균류, 버섯은 서로의 생장을 도울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가 얽혀 있는 매트릭스를 형성한다. 화자는 이러한 모습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풍경으로 감각한다. 이는 시의 제목이 빌려온 인류학 저서 <세계 끝의 버섯>에서 애나 로웬하웁트 칭이 그려낸 ‘공진화(co-evolution)’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러한 균류적 상상력은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관계적 존재로서 여러 생명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간을 상기시킨다.
시집 표제작인 ‘시와 물질’은 더 나아가 물질의 생기를 조심스럽게 탐색한다. 이 시는 화학자이며 시인인 로알드 호프만의 화학적 발견을 참조하며 “심지어 시도 사람을 해칠 수 있”다고 인식한다. 이것은 인간 문명이 만들어낸 ‘시’라는 장르가 언제나 아름답고 따뜻하며 자애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시 역시 독극물처럼 발화하고 유통될 수 있는 하나의 ‘주체(agent)’로서의 물질이라는 인식론적인 전환에 가깝다.
그래서 이 시집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질문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단지 ‘시는 무엇인가’ 혹은 ‘시는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질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질문의 방향을 이렇게 바꾼다. 시는 누구와 말하는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시인의 상상력’이 아닌 ‘담론과의 대화’로 구성된 이 시집은 여러 생태학자, 철학자, 예술가의 텍스트를 인용하거나 참조하면서, 텍스트의 감각과 시적 발화가 서로를 감염시키는 하나의 물질을 발명한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시인의 개별적이고 단독적인 내면이 아니라 여러 학문, 감각, 생명 사이를 매개하는 관계성을 열어낸다.
어쩌면 시집은 반복적으로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그러나 시인은 직접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시와 물질’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을 인정하면서도, 시를 포기하거나 냉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무기력함조차도 하나의 물질로서 깊이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렇다면 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바꿀 수 있느냐’가 아니라 ‘세계를 감각하는 밀도를 바꿀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시의 미래는 유토피아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는 이 세계에서 남겨진 것, 흐릿한 것, 뒤엉기는 것을 감각하면서 세계를 감응하는 방식을 아주 조금, 그러나 확실하게 바꾸어놓는다.
<시와 물질>을 읽은 우리에게 시는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생성형 AI’ 다음은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작업하는 에이전틱 AI 시대에 이르면 일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생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경향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 임우형 LG AI연구원 데이터 인텔리전스랩장 수석연구위원(상무)은 “AI는 누군가를 대체한다기보다 일반적인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서 “개인과 기업이 AI 시대에 대비하지 않으면 생존 경쟁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 상무는 새로운 AI 혁명의 시작인 ‘에이전틱 AI’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변화한다고 이야기했다. 에이전틱 AI는 생성형 AI의 다음 단계로, 인간의 감독을 최소화하면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을 가진 능동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한다. 그는 “이제 에이전틱 AI로 넘어오면서 고차원적인 명령을 주면, 일할 때 필요한 몇가지만 되묻고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일을 한다”며 “웹 검색을 하고, 거기서 필요한 정보를 다시 찾아내고, 또 그 중에서 맞는지 틀린지 검증을 하고, 그리고나서 서론-본론-결론으로 보고서까지 정리해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임 상무는 LG AI연구원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공유했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12월 출범 후 독자 개발한 생성형 AI모델 ‘엑사원’을 통해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AI를 만들어 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는 AI를 활용해 공정 품질 예측, 검사 자동화, 원자재 일정 관리, 코드 자동화, 질병 사전 진단, AI고객센터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그는 “과거엔 상황에 따라 AI가 커버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았지만, 최근 들어 AI가 고도화하다보니 다양한 예외상황들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상무는 제조업·R&D·서비스업 등 산업군별로 전문 특화 모델이 만들어져야 되며 각 산업 분야 내에서도 기업에 맞는 AI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AI로 인해 일하는 방식도 변화 될 것이고, 개인과 기업의 생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반대로 말하면 AI 도입을 빠르게 진행해서 대비하지 않으면 조금씩 도태될 수밖에 없고, 생존 경쟁력을 잃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함께 고민해서 AI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전북 부안군이 멸종위기종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의 서식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 둥지탑을 설치했다.
황새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번식할 수 있도록 인공 서식지를 마련한 이번 조치는 지역 생태계 보전과 생물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선례로 평가된다.
부안군은 26일 “부안읍 행중리 일원에 높이 13m, 지름 2m 규모의 인공 둥지탑을 조성했다”며 “송전탑 위 기존 둥지를 대체해 황새의 안정적인 번식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예산황새공원 황새팀과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간 협업을 통해 추진됐다. 기존 송전탑에 있던 둥지는 철거됐으며, 해당 둥지에 있던 새끼 황새들도 안전하게 인공 구조물로 옮겨졌다.
황새는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세계 개체 수는 3000마리도 채 되지 않는 희귀 철새다. 한반도에서는 1971년 이후 자연 번식이 사라졌다가 최근 복원·방사 사업으로 일부 지역에서 다시 관찰되고 있다.
부안군 관계자는 “송전탑과 같은 인공 구조물은 황새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생태적 피해 없이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사람과 야생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생태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내란 특별검사(특검)가 이미 재판을 받는 주요 내란 피고인들에게 혐의를 추가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재판 진행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각 피고인의 새 혐의를 기존 혐의와 묶을지, 다른 피고인 재판과 함께 심리할지 등 재판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내란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중 특검 출범 후 29일까지 4명이 추가 기소됐다. 지난 1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새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27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도 추가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다음 달 17일 김 전 장관의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같은 재판부는 지난 25일 김 전 장관을 구속심문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앞서 특검은 김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하며 내란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25부와의 병합을 요청했는데 형사합의34부는 별도 심리 없이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내란 사건과 분리해 진행하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재판 진행 중에 추후 병합 결정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공존한다. 형사합의34부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김 전 장관 측으로부터 병합 관련 의견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내란 관련 재판을 윤석열 전 대통령, 군 지휘부, 경찰 지휘부 등 세 갈래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지귀연 재판장은 지난 25일 경찰 지휘부 재판에서 “일정 정도 증인 조사가 마쳐지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측 재판과 결국에는 병합해 진행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세 사건 간 일치된 쟁점이 생겼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각 피고인에게 새 혐의가 추가된 후 이들 재판을 병합하면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기존 내란 혐의뿐 아니라 알선수재 혐의까지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 후 직권남용 혐의로도 기소돼 이미 내란 혐의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다수 피고인의 다양한 혐의들을 한 재판부에서 병합해 심리하면 재판 절차가 상당히 늘어질 수 있다”며 “여기에 새 혐의까지 추가되면 재판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여 전 사령관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투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문 전 사령관은 군사기밀 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은 김 전 장관, 노 전 사령관과 달리 특검이 아닌 ‘군검찰’이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특검법에 따라 이미 특검 관할로 넘어간 것인데, 군검찰이 특검으로 이첩하지 않고 추가 기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내란특검법 6조에 따르면 내란 사건 관련 공소제기는 특검의 직무범위에 해당한다.
추후 담당 재판부가 이들의 추가 기소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특검은 군검찰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도 요청했다고 밝혔는데 재판부가 기소 자체의 위법성을 언급한 만큼 재구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 전 사령관은 오는 30일, 문 전 사령관은 다음 달 5일에 구속기간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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